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윌리엄 포크너-

---

미국 남부의 농촌 마을, 가난한 농부 앤스 번드런의 아내이자 다섯 남매의 어머니인 애디는

중병에 걸려 임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가족들은 애디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는다.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남편은 아내의 죽음을 방관하시다시피 하고 맏아들 캐는 앓아누운 어머니의 창밖 앞마당에서 장례에 쓸 관을 미리 만드는 데에만 몰두한다.

둘째 아들 주얼은 가족의 일보다는 자기의 말(馬)에 더 큰 애정을 느끼며, 셋째 아들 달은 자기에겐 어머니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어머니의 죽을을 애써 외면한다.

고명딸 듀이 델은 비밀스러운 어떤 이유로 어머니의 간병과 장례에 정성을 쏟지 못하며,

막내아들 바더만은 어머니의 죽음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애디가 집 근처의 가족 묘지를 마다하고 친정이 있는 제퍼슨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자, 버드런 가족은 애디의 관을 마차에 실은 채 걸고 평탄하지 않은 장례 여행을 시작한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어느 시골 아낙의 죽음과 그녀의 가족이 겪은 슬프면서도 기묘한

장례 여행을 그린 소설로 삶과 죽음, 선과 악, 운명과 욕망에 대한 무거운 성찰을 담고 있는

포크너의 초기 걸작 중 하나다.

어머니의 영원한 안식처을 찾아 더운 여름날40마일이 넘는 길을 돌아가는 부조리한 여정 속에서,

삶의 무의미함에 대한 절망과 그 속에서 돋아나는 59개의 사랑을 발견한다.

 

 

이 소설은 나를 일으켜 세우거나 거꾸러뜨릴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

윌리엄 포크너는 헨리 제임스 이후 현대 미국 소설의 서사 구조에 혁신을 가져온 거장이다-헤럴드 블룸

 

-애디-

언젠가 코라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내가 스스로 죄인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내가 무릎끓고 기도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코라가 기도했다.

그러나 죄가 단순히 말의 문제인 사람에게는 구원도 단지 말에 불과했다.

  

줄거리

죽은 어머니를 묻기 위해 관을 끌고 더운 여름날 40마일이 넘는 길을 돌아가는 부조리한 여정을 담은 본 소설은 언뜻 매우 단순한 이야기 같으나 실상 복잡하고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우선, 기독교 문화권인 미국의 소설에서 40이란 숫자는 성격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신의 진노가 땅에 미치는 노아의 홍수가 40일이었고, 가나안에 들어가기까지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헤맨 것이 40년이었으며, 예수가 전도를 시작하기 전 황야에서 금식한 기간이 40일이었다.

고난을 상징하는 40이란 숫자는 아기가 어머니의 배 속에 머무르는 40주란 숫자와도 맞아떨어진다.

반나절 거리인 40마일을 열흘 걸려 여행하여 비로소 땅속의 평화를 얻는 죽은 어머니와 가족들의

여정을 황야에서 헤매는 고난을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사건은 애디의 죽음이다.

애디가 화자로서 말하는 부분은 한 한 개의 장에 불과하지만,

제목은 '나' 는 죽어서도 주변의 정황을 인식하는 듯한,

죽어서도 영향력이 있는 존재이다.

스스로 자신을 '비움'으로 인식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가슴을 '채우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 애디가 죽어가며 누어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존재인 어머니를 잃은 가족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의 상실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된다.

아버지는 새 의치와 후처를 얻음으로써, 캐쉬는 새어머니가 가져오는 축음기를 기뻐하면서,

듀이델과 바다만은 바나나를 먹는 일상으로 보귀함으로써, 그들 모두의 상실은 쉽게 잊혀질 듯하다.

주얼은 그 튝유의 목석 같은 성품 탓에, 상실이 그에게 그다지 큰 흔적을 남기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상실을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달은 홀로 정신병원으로 향하게 된다.

 

 

무능한 남편, 자식들의 돈을 갈취하는 파렴치한 아버지, 땀을 흘리면 죽는다는 이유로 이웃의 노동력을 공짜로 이용하는 얌체인 그는 홍수와 화재의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상실한 어리석음,

아내를 땅에 묻자마자 새 여자를 얻는 교활함